자유 (제 2장) '시련' | |||||
작성자 | 훈련병유성현이예요 | 작성일 | 2022-03-19 01:23 | 조회수 | 3,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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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어디서 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였는가 남의 스킨을 추출해대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였을까? 순위를 올리기 위해 누킹과 어뷰징에 손을 댔을때부터? 아니면 중학교 시절부터 돼지라고 놀림받으며 심한 왕따를 당하기 시작할 때부터였을까 ? 아니면 그때, '파란 약'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나? 아니, 어쩌면 '그날' 죽으리라 다짐했건만 그러지 못했을때부터 나에게 다가올 시련은 예정된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내 행복의 전부 그 모든것이 산산히 부숴진 그 날, 나는 죽었어야 했다.
다행이다. 딱 적당한 만큼의 따뜻함이다. 마포대교, 삶의 끝자락에 서있던 사람들이 마지막 악수를 하던 난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보다 눈물이 날것 같아 그만뒀던 사연들. 바람이 귓볼을 따뜻하게 스친다.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봄볕이 반갑기도 하지만 새 생명을 일으키는 이 태양볕 밑에서, 나는 한없이 부끄러운 존재다. 지난 시간들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머릿솔을 훑고 지나간다. 10년간의 넷상생활, 스킨 추출을 했던일 어뷰징을 하여 순위를 올리고 좋아했던일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줄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인 민령이를 만났던 일 터진 계정을 대신해 새로운 계정으로 옮기며, 정든 캐릭터들과 작별인사를 건넸던 일 차들이 내 뒤를 쌩쌩 지나간다. 지난 기억들도 그렇게 빠르게 나를 떠나버려, 내 삶을 편안한 안식속에서 잠들수 있게, 허락해 줬으면 좋겠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스킨추출,누킹 피해자분들 그리고 진재야. 나 이해해 줄거지? 난 네가 미워서 부계정으로 네 욕을 했던게 아니야. 난... 그저... 난간을 넘으니 지나가던 차들이 크락션을 울린다. 하지만 멈춰서는 차는 없다. 그래, 이건 저들의 응원일거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눈앞이 흐려진다. 하지만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길을 먼저 가며, 뒤따라올 사람들은 처음보는 풍경이 될 이 장소를 기억하자. 낯선 그곳에 갔을때, 그사람들에겐 생소할 이 풍경을 말거리 삼아 말을 걸고 용서를 구하자. 그러면 나는 비로소 용서받을수 있겠지. 그래 괜찮을거야. 외롭지 말자. 바람이 휙 불었다. 저 뒤에서 누가 애타게 부르는것도 같지만 처연한 뒷모습을 인사삼아 작별 하련다.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일단 저 여자에게 피방 가서 로사라도 같이 한판 하자고 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