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와 이모께서 어렸을 적에 겪으신 일입니다.
때는 1970년.. 어머니와 이모는 모두 8자매로 당시에도 식구가 조금 많은 편이었습니다. 당시 어머니 가족은 선산에서 대구로 이사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사 오고 3년이 지난 어느 날. 이모 중 한 분께서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셨습니다.(이하 A 이모라고 칭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한번 정도 앓는 감기몸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약을 먹어도 도통 낫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저희 가족이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고민 끝에 입원비가 가장 저렴한 병원에 입원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그 병원은 보통 생각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허름한 시설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입원비가 다른 곳보다 2~3배 정도 저렴한 게 납득이 되었습니다. 병실은 지하였습니다. 시설도 열악하고 공기가 탁해서 이런 곳에서 과연 몸 상태가 좋아질까 생각하셨대요. 하지만 대안이 없기도 해서 그대로 입원했습니다.
입원한 당일. 할머니께선 이상한 꿈을 꾸셨대요.
꿈속에서 입원한 A 이모가 하얀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시커먼 강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고 하네요. 할머니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막상 이모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일주일이 넘어도 이모의 병은 낫지 않았습니다. 시름시름 아프기만 했지요. 그런데 그 날.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그 날은 낮에 할머니께서 혼자 이모를 돌보던 날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병원에 도착하자 이모가 평소에 덮던 꽃무늬 이불을 안 쓰고, 하얀 이불을 고집하더래요. 아픈 사람의 투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일주일 전에 꾼 꿈이 생각나더랍니다.
하얀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강으로 들어가던 꿈…….
그래서 할머니는 이모를 혼내고는 그냥 쓰던 꽃이불을 덮게 했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셨고, 저녁 시간이 되어선 지치신 할머니 대신 엄마와 다른 이모 분(이하 B 이모)께서 저녁밥을 주러 병원에 갔습니다. 당시 그 병원에는 배식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하네요.
B 이모와 어머니는 병원에 도착해선 저녁밥을 들고 바로 병실로 향했습니다. 병실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는데, 멀리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병원에서 시끄럽게 뛰는걸까 생각했는데, 계단을 다 내려와서 복도를 보자 B 이모는 바로 기절했다고 합니다.
복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이모를 향해 달려오는데, 얼굴에 눈코입이 전부 뻥- 뚫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어린 마음에 너무 놀라 바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께 동생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혼났지만, 일단 일이 일만큼 바로 할아버지와 함께 다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실 복도로 다시 갔을땐 기절한 B 이모만 있었고, 아까 본 검은 옷의 여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병실에 들어가니 이번엔 입원해있던 A 이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면 하얀 이불이 있는 사물함에 머리를 계속 박고 있더랍니다.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너무 놀래서 A 이모를 말렸지만 계속 A 이모는 자길 죽여달라- 데려가라- 이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반복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기운이 다 소진된 모양인지 쓰러졌다고 합니다.
이상한 일은 기절에서 깨어난 A 이모는 아무 일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머리를 크게 박았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더군요. 그리고 다행인 것은 깨어난 A 이모는 병이란 걸 모르는 사람처럼 멀쩡하게 일어났습니다. 몸이 너무 개운하고 당장이라도 동네를 뛰어갈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고 하네요.
결과가 좋으면 좋다는 말처럼 할아버지는 딸(이모)이 아프지 않다고 하니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그 후로는 A 이모는 잔병 없이 자랐다고 하네요.
가끔 어머니께선 이 이야기를 하실 때, 그 때 할머니께서 이모한테 하얀 이불을 줬으면 큰 일이 나지 않았을까 생각하시더군요. 생각해보면 하얀 이불을 준다는 건 시신에게 하얀 천을 덮는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투고] 포돌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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