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소녀 연대기 - 장미꽃 아가씨 [작가 7080] | |||||
작성자 | 하사47080 | 작성일 | 2018-03-16 00:18 | 조회수 | 9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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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연대기 - 장미꽃 아가씨 인간에게는 신체적, 육체적인 심장 외에 1개의 심장이 더 존재한다고 한다. 그 심장은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심장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과거에 이 심장에 문제가 발생하여 이름모를 병에 걸린 사람들이 수차례 발견되었다. 이 심장과 관련된 유적으로는 대표적으로 대제국의 건국신화 벽화에도 설명되어있다. 사랑의 여신에게는 붉은 빛의 왼쪽심장과 회색빛의 오른쪽 심장이 표현되어 있었다. 이때 감정심장이 회색빛인 까닭으로는 인간의 감정이 순결하고 깨끗한 감정과 악하고 더러운 감정이 섞여있다는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이 때문에 질투의 여신과 악마의 우두머리의 감정심장은 흰색으로 표현되어 있었으며...(이하 중략) 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심장과 감정심장을 구분하기 어렵다면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오르막길을 쉬지 않고 달리자 심장이 요동쳤다.’ 라고 하는 것은 육체적심장의 심장박동수의 증가이며, ‘내가 한 거짓말이 그녀에게 들킬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라고 하는 것은 감정심장의 심장박동수가 증가 할 때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 아드나레 자작의 <인간의 신체에 대하여> -
----------------------- 아가씨, 귀여운 아가씨 제가 감히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아가씨, 나만의 귀여운 아가씨 세상에게 버려진다 하여도 나는 붉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장미여, 나만의 장미여 당신과 나는 하늘과 황제의 축복으로 맺어졌습니다.
아아, 나는 당신에게 화내지 않아요. 당신이 누군가와 떠나버려도 여전히 장미 그대를 사랑합니다.
장미여 당신이 서서히 져버려도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합니다.
이 장미꽃은 붉은 그대와 똑 닮았지요. 그대에게 선물합니다.
당신을 평생토록 잊지 않겠어요.
"장미양, 제 운명은 무엇인가요?" 젊은 여 집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대답이 없군요. 갑작스럽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의를 느낀 것인가요. 아니면 제가 부른 호칭에 놀란 건가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질문을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후자라면 미안하군요. 그저 당신이 붉은 장미와 닮은 것 같아서.” 세이언이 그녀의 붉은 머리칼을 슬쩍 보며 말했다. “당신이군요. ‘장미꽃아가씨’ 실제주인공.” 벨라의 몸이 움찔했다. “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벨라가 애써 태연한 척 되물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장미꽃아가씨’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세이언은 영광을 표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내리며 눈을 잠시 내리깔았다. 그가 자신의 말에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벨라는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나를 알고 있어? 저 사람이?’ 불가능하다. 벨라는 가능하면 침착해지려 했지만 자신의 앞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는 자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 긴장감, 미약한 반가움 등등이 그녀의 몸을 굳게 했다. “너무 오래 살았군요, 당신.” 찻잔에 새겨진 무늬를 따라 만지작거리던 세이언이 말했다. 벨라는 확신했다. '저 사람은 나를 알고 있어.' “그 자가 준 약도 이제 효력이 없답니다.” 어린아이를 조용히 타이르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 “지쳤죠? 몸도 마음도.” 세이언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떠날 수 있게 해줄게요. 아름답고 편안하게.” 벨라는 이 사람이 미덥지 못했다. 아무리 순진한 사람이라도 만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을 믿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따르기로 했다. 왜냐하면, ‘난 더 이상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용기 따위 없는 겁쟁이니까.’ ‘당신에겐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용기 따위 없는 겁쟁이기 때문이죠.’ 고개를 푹 숙인 벨라를 바라보는 세이언의 눈동자는 고요했다. 감정심장이 멈춰버린 것 같은. 그러길 잠시, 세이언은 벨라가 자신이 던진 질문 중에 답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장미양? 제가 물은 것 중에서 아직 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는데, 답은 확실하게 해야겠죠?”
“모리아, 인사해. 잠시 동안 함께 하게 될 분이셔.” 세이언이 말하자, 뒤에 있던 검은 곱슬머리를 가진 여자가 조용히 다가와 인사를 했다. 벨라는 마차 안에 자신과 세이언 이외에 사람이 한명 더 있었다는 것에 당황했지만 곧 세이언의 일행이라는 것을 깨닫고, 집시의 전통대로 치마 레이스끝자락을 살짝 잡고 가볍게 펄럭이는 것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저, 모리아라는 여자 분은 누구신가요? 하늘과 황제의 축복에 의해 맺어진 사이이신가요?” 세이언이 작게 웃었다. “약혼자라.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장미양. 모리아는 제 하인이랍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를 끼쳤군요.” 벨라가 미안함을 표하자 세이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해할 필요 없어요. 호기심은 나쁜 게 아니랍니다.” 금세 밤이 다가왔다. 푸른 어둠이 붉게 물든 하늘을 가로지르며 태양을 쫓아내었다. 수많은 별들이 아이들처럼 꺄르르 웃으며 뛰어놀고, 어두운 밤의 주인인 달이 미묘하게 웃는 빛을 내었다.
어스름한 새벽. 태양이 고집스럽게 남아있는 푸른 어둠들을 쫒아내었다. 수다스러운 별들은 지난 밤의 일에 대해 누군가가 들을까 속닥거리며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달은 아침이 온 것을 불만스러워하며 희미해져갔다. 습관적으로 이른 새벽에 잠이 깬 모리아는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 준비와 다시 이동할 준비를 하였다. 장기간 여행을 떠나왔는지 짐이 꽤 되었지만 그녀는 능숙하게 정리하였다. 준비를 모두 끝마친 모리아는 세이언을 깨웠다. 옆에 누워있는 벨라의 시체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밤에 목이 말랐는데 내 짐을 자기 것으로 착각했는지 병 안의 독초 즙을 마셔버렸어. 절대, 절대 고의는 아니었다고.” 모리아가 묻지 않았지만 세이언이 변명을 하듯 중얼거렸다. “먼저 천천히 가고 있어. 금방 따라갈 테니.” 들려야할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세이언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고집스럽게 자리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모리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명령이야. 안 들려? 자신의 임무이니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라느니 그딴 말은 다시는 말아. 네 목숨 따위는 중요치 않으니까. 나에게는 그저 명령만 잘 따르는 하인 하나만 필요할 뿐이야.” 모리아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는지는 그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짜증난다는 어투로 말하자 그제 서야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따른 지 몇 년이나 됐는데, 둔하기는.’ 세이언은 그녀의 시체 위에 흙을 대충뿌리고 근처의 나뭇잎을 긁어모아 시체를 가렸다. 그는 벨라의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탁자, 타로카드, 자줏빛 수정구슬, 그리고 누군가의 유골. 세이언은 그런 것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쳤다. 마차 어딘가에서 구해온 나무토막을 벨라의 시체 옆에 세우고는 단검으로 무언가를 새겨 넣었다. 그는 자신이 써넣은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모리아를 따라갔다. 그런 그의 행동은 그녀의 죽음을 추모한다는 것과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 누구에게 속삭이지 마세요.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걸어가던 중 모리아가 지고 가던 용량이 작은 배낭을 떠올린 세이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많은 짐을 어떻게 그 작은 배낭이 다 넣었는지. 모리아도 참 신기해.”
소녀여, 달콤한 꽃내음에 취해 미소 지어요 나의 장미여, 나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요 그 누구에게도 속삭이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연극 '장미꽃아가씨' 젊은 귀족청년의 대사 中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남자는 여자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흥, 웃기는 군. 내가 너를 사랑한다니. 뭐, 부분적으로 네가 그 귀족에게 받은 금덩이라면 열정적으로 사랑하긴 하지.” 여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날 속인 거였어? 겨우 금덩이 때문에?” “뭐? 그래, 네가 그 귀족에게 받은 건 넘쳐나서 그 정도는 굴러다니는 돌멩이겠지? 하, 우리는 몇 푼이 없어서 며칠을 굶는데 너는 ‘겨우’ 금덩이라고?” 여자는 이미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말해! 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인 것도, 그저 돈 때문에 한 거짓말이라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분명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어! 그 더러운 귀족 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약속했잖아!” 남자는 웃기 시작했다. “**한 년. 그깟 사랑이 뭐라고 권력과 재물을 버리고 도망가?” 남자가 ** 듯 이 웃었다. 그녀의 사랑을 비웃고 그녀의 순진함에 또 한 번 비웃었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였어. 그 악마에게로부터 도망간다고 약속했잖아.” 한동안 혼란스러워 하던 여자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해답을 찾았다는 데에서 나타나는 희열에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래 사랑하지 못할 바에야 죽여 버리자. 그래 죽여 버리는 거야. 너는 날 사랑할 필요가 없어. 넌 그저 내 사랑을 받기만 하면 돼. 내가 죽을 때 까지.’ 여자는 주저앉은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것을 들고서는 남자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남자의 몸이 천천히 무너졌다. 그는 눈을 크게 치켜뜨고 ,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뻐끔거렸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놀람과 당황, 고통에 의해 일그러졌다. 여자는 남자로부터 눈길을 거두고 피가 튄 자신의 새하얀 옷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같은 겨울에 어울리는 하얀 눈밭,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난 붉은 꽃. 여자는 붉게 물든 자신의 손과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 당신은 나를 사랑해?”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동물들도, 나무들도, 나뭇잎 사이로 빠져나온 햇빛마저도 모두 숨죽였다.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일게.” ‘장미’는 활짝 웃었다. 그녀의 미소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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