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임을 접을 때가 됐다. | |||||
작성자 | 소위2첼로 | 작성일 | 2011-08-04 12:13 | 조회수 |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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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같은 육성 장비 캐릭에 구캐로 아둥바둥 버텨보기도 했고 나도 따라해본답시고 돈 질러보기도 했고 진짜 유치하게 게임에 화내고 목숨걸었다. 이깟 게임이 뭐라고 밸런스 어쩌고 따지며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싫으면 안하면 그만인 것을. 창피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이 게임만 해왔고 괜찮은 추억도 꽤 많다. 여기서 만난 사람도 다들 매너 좋았고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지만 일부러 아닌 척했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면 서로 어색해질까봐 나이를 먹을 수록 무서웠다. 점점 현실이 나를 덮쳐오는데 난 이런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허비해도 되는지, 정말 무서웠다. 그 무서움을 떨쳐내려고 일부러 게임만 더 했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맞서오는 것들에 대항하지 못하고 나는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다. 덕분에 살도 불어나고 키가 크지 않게 된 것 같다. 성적도 뚝뚝 떨어지고 내가 원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또 몇 년 후에는 원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내가 원했던 삶을 살지 않겠지. 이 생각을 하면 한도끝도 없이 우울해진다. 누군 재수 준비하고 누군 알바할 때 난 이 게임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다. 그런데 내가 한심하기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스스로 한심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이나 해봤나 궁금하다. 딱 잘라 말해서, 안 했다. 입으로는 귀찮다고 핑계대며 이 게임만 해왔다. 언제까지 무서워할 거고 핑계만 댈 건가. 언젠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하는 나다. 그러나 이런 다짐은 항상 해왔고, 항상 실패했다. 지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거창하게 달라지려 시도한 탓에, 초기에 포기해 버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사소하게 달라지려 한다. 그것이 이 게임을 그만두는 것이다. 같이 재밌게 놀았던 친구들이 많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다시는 만나기 싫다. 이유는 없다. 그냥이다. 확실히 나중에 돌아오지 않을 자신 있냐고 물은다면, 솔직히 자신 없다. 그래도 일단은 시도해볼 것이다. 이 글을 누가 읽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젠 진짜 끝이다. 2015-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