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인상 깊은 장면 | |||||
작성자 | 중위3하이델 | 작성일 | 2008-08-04 11:01 | 조회수 | 47 |
---|---|---|---|---|---|
전원 교향곡-김기택 베토벤은 제자 리스와 함께 숲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 베토벤은 거의 청각을 잃어가고 있 었다. 그래도 베토벤은 숲속의 모든 소리에 즐겁게 귀기울고 있었다. 새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 소리…… 베토벤에게 오는 이 모든 소리는 더 이상 그의 귀에 살지 않고 이젠 아주 가는 떨 림만 남아 그의 몸 곳곳으로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귀기울 때마다 실핏줄과 심장과 살가죽과 뼈 마디들은 모두 청각이 되어 일제히 떨며 열렸다. 그 떨림 속에서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정원이,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들판이 자라고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숲속 가득 울리는 소리를, 나 뭇잎 흔들림에서 시냇물 흐름에서 고요하게 일어나는 소리를 온몸이 떨며 열어줄 때마다, 그는 귀가 먹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오래오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가, 소리가 깊어지면 귀찮은 귀 를 버리고, 귀에 달라붙은 말과 소음을 버리고, 귀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 속으로 한 없이 들어갔다. 산책 도중에 어디선가 한가로운 목동의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리스가 탄성을 질렀다. 아! 너무…… 너무나, 아름다워요. 선생님, 들리시죠? 베토벤은, 그때, 가슴을 후려치 며 불어닥친 폭풍우에 휘말려 온몸으로 그 거대한 힘을 견디어내느라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 다. 베토벤이 피리소리를 듣지 못하자 리스는 스승이 완전히 청각을 잃었다는 걸 알았다. 리스 가 슬픈 표정으로 스승과 같이 집에 돌아왔을 때 베토벤은 오히려 밝고 활기차게 말했다. 리스 야, 이제부터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마. 곧이어 베토벤이 건반을 누르자, 귀보다 행복한 곳에서 사는 소리들이, 핏줄을 지나 손가락과 건반을 지나, 일시에 방안 가득 솟구쳐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