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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아버지의 사랑1
작성자 중사4쿨시크 작성일 2011-03-01 10:40 조회수 18
시퍼런 식칼을 든 강도 하나가

많고 많은 집들 중에서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한

우리 집을 찾아올 확률은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하필 어머니는 프랑스에 계시고

아버지는 야근을 하셔서 나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오늘

 

그 확률이 0.1%나 될까?

나는 강도에게 팔과 다리를 묶인 채 거실중앙에 앉아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중얼거렸다

 

"재수도 참 없네"

 

그나마 다행인 건 강도가 친절하게도

내 입에 재갈을 물리지 않아서 답답하지 않은 것

영화에서 봤던 범인들은 인질들이 소리 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던데

우리 집에 들어온 강도가 착한 건가?

 

그렇지만 아무리 입이 뚫려있어도 나는 살려달라고 소리칠 수가 없다

목이 터져라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봤자

방음시설이 뛰어난 독립주택이라 밖에선 들리지도 않고

마을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집이라서 도와주러 올 사람도 없다

 

무엇보다 나는 집안을 뒤지고 있는

강도의 심기를 건드릴 만큼 멍청하지 않다

 

"안 무섭냐?"

 

벽걸이 텔레비전 밑의 서랍을 뒤지던 강도가

침착한 내 모습에 놀랐는지나에게 복면을 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처음에는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강도의 모습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되어

그렇게 까지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도 강도의 비위를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나는 무서운 척을 했다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뭐야, 근데 왜 이렇게 침착하게 말해?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무서운 척을 하는 게 바로 들켰다

뭐, 상관없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살인을 할 만큼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강도가 나를 묶자마자 식칼을 손에서 뗀 지 꽤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게요, 누굴 닮아서 그런지"

 

"허허, 녀석 말하는 거 좀 봐라"

 

강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거실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묶여 있는 나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강도는 나를 죽였어야 했다

국내최고의 의사와 뛰어난 소설가 사이에서 태어난

이 몸의 머리를 무시하다니

 

나는 무사히 살아남아서 강도의 정체를 추리해낸 뒤

내일 아침 기쁜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를 할 것이다

이미 여태까지의 강도의 행동을 보고 상황파악은 대충 되었다

 

일단 강도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지금 강도는 거실을 어지르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통장과 귀중품 등이 있는

아버지의 금고와 어머니의 보석함에는 손도 안대고 있다

 

강도가 뒤지는 곳이라고는 아버지의 서재와 내 방이 전부

돈은 확실하게 노리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강도의 목적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돈을 노리는 좀도둑이나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사이코패스 같은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허튼 행동만 하지 않으면 내 목숨은 보장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는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범인이 누군지 추리해 내서 내일 아침에 신고하는 일

완벽하다

 

지금 시간이 밤 11시 인 것으로 봤을 때

강도 치고는 꽤 빨리 우리 집에 들어왔다

보통의 강도들은 자정이 넘어서야 활동을 하는데

아마도 우리 집에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게 분명했다

 

그 사실을 바탕으로 이 강도가 우리가족의 주변 사람이거나

우리 집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한 강도인 것을 추리해낼 수 있다

한참을 생각하는데 아버지의 서재에서 강도 녀석의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네"

 

'벌써 원하는 걸 찾은 건가? 이제 돌아가려나?

아직 누군지 감도 못 잡았는데?'

 

강도는 한 손에 서류가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집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아버지의 서재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그 봉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아버지가 서재에 두고 가신 봉투가 분명했다

 

"뭘 찾았는데요?"

 

"눈 없냐?"

 

강도는 손에 쥔 종이봉투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참 나란 녀석은 겁도 없다

무식하지도 않은데 왜 이리 용감한 걸까?

 

"집문서는 아니니까 신경 꺼라"

 

강도는 원하는 것을 찾았음에도 가지 않고,거실을 서성거렸다

 

"왜 안가세요? 원하는 것도 얻었잖아요"

 

나는 거실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강도를 보며 말했다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까 안 가는 거야"

 

강도는 이렇게 말하고는 거실과 내 방 사이의 통로에 놓인

가족사진 근처로 갔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내가 담긴 화목해 보이는

우리 가족사진이 벽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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