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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공중분해」- 『15』
작성자 중위2└Angel♥┐ 작성일 2010-04-30 16:26 조회수 109
오랜만에 찾아온 조국 , 아니 한국은 여러가지로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어린아이였던 내가 친 부모님의 손에 끌려서 비행기에 탔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했다.

분명 난 아무것도 몰랐다. 미국 땅을 밟아서 설명을 듣고 또 들어야지만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그것도 일부분만 , 아주 일부분만 이해가 갔다. 엄마 아빠가 돈이 없어서 날 버렸다는 그 부분만

이해가 갔다.

" 엄마 " 라는 말보다 " 아빠 " 라는 말을 먼저 배우는 특이한 아이들처럼 , " 이분이 내 친부모님이야 " 라는 사실이

아니라 " 우리 아빠 엄마가 돈이 없어서 날 버렸구나 " 라는 사실을 먼저 인지했다.

8살이었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내가 버림받은 아이라는 것이 , 8살 아이에겐 큰 충격이었다.

아직까지도 미국 사회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불행한 내 성격은 그때부터 굳게 굳어지고야 말았다.

게다가 모든것이 낯설었다. 내 귀로 조각조각 토막나서 들려오는 한마디 한마디는 알아들을수 없는 외계어처럼 느껴졌고 ,

높고 높은 인종차별의 벽은 베를린 장벽처럼 허물어 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느리게 1년 , 1년이 지나갔다. 1년 1년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 " 우리 엄마 아빠가 돈이 없어서 날 버렸다 " 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지하는데 긴 시간과 긴 고통이 뒤따랐다.

미국에서  " 입양아 " 나 , " 황 , 흑인 " 이면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

힘들었다. 하루하루 "입양아" 나 " 황인 " 이라는 차별을 받으면서 사는게 너무 힘들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죽는게 더 나았다. 이런 차별을 받는것보다는 죽는게 훨씬 더 나았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난 항상 겉을 빙빙 돌기만 했다. 가끔 들어가더라도 개취급만 받았다.

그런 내 마음속엔 , 그저 널리고 널린 " 황인 " 이고 " 입양아 " 인 내 마음속엔 ,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개간하지 않은 황무지처럼. 아무것도 없이 땅만 차지하고 있는 황무지처럼 내 마음속엔 꿈도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목숨걸고 도전한게 바로 공부였다.

" 물리적인 힘 " 으로 싸운다면 절대로 그들을 이길수가 없다. 물론 합법적인 힘도 아니다.

그래서 공부로 , 공부 하나로 승부하겠다고 , 불면증까지 걸리면서 머릿속에 쌓아놓은 지식과 땀등은

세상에 널리고 널린 돈 때문에 ,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렸다.

피눈물 흘리면서 다음엔 꼭 1등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어도 , 성녀 마리아님께 기도를 수차례

나 드리면서 하급생들한테 무시를 받아도 !

 

그 속엔 출세해서 그들을 눌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내가 언젠간 복수하고 말거라고 , 그 높은 콧대를 꺽어주겠노라고.

공부하고 다짐하고 수차례 수백번 하면서, 하급생들한테 무시를 받으면서 , 빽없고 돈없는 나는

포장마차에서 패배의 술잔만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돈있고 빽있는 놈들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서 거들먹거들먹거리면서 최고급 와인을 3개씩이나 시키면서 돈을 뿌리고 다닌다.

노력에 상관없이 , 돈있고 빽있는놈들이 1등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알았을때 , 이미 후배들과의 나잇차는 6살이나 나버리고 말았고

최연소 선생님분들과 8살정도밖에 차이나질 않았다. 

 

 

 

그날을 계기로 난 굳게 마음을 먹었다. 

복수해주겠다고. 

돈있고 빽있는놈들 , 아무것도 없는 내가 , 빈털터리인 내가 꼭 복수해주겠다고.

 

 

 

고급 양복을 입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 옆에 있는 신문꽃이에서 신문을 하나 꺼내 들어서

1면부터 읽어보기 시작했다. 요즘은 볼 신문이 없었다. 공항은 신문에 그렇게 큰 투자를 안 하는 것일까.

3일이나 지나버린 신문들이 쌓일만큼 쌓여버려서 주변 미관을 지저분하게 하고 있었다.

정말로 볼게 없었다. 신문에 투자를 안 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한장 한장을 넘기던중 , 오른쪽 구석에 처박혀있는 살인사건 하나를 발견했다.

난 초점없는 눈으로 찬찬히 읽어보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 탁"

난 신문지를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오랜 향수에 사로잡힌것처럼 , 3년 전의 시험이 생각났다.

촛불 하나 켜놓고 죽도록 공부하던 내 모습과 , 그 놈이 대표로 나와서 장학금을 타가는 모습,

그리고 내 곁을 지나가면서 안됫다는듯이 비웃음을 날리는 그 표정까지.

"그 놈" 이 한국에 있다. 

색다른 정신을 가진 싸이코패스가 , 한국에 있다.

그와 내가 같은 지역에 있다고만 생각해도 치욕감이 느껴졌다.

그때의 희망의 꽃씨를 무참하게 짓밟아놓은 그의 얼굴 하나하나가 , 말투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구름처럼 투명하고 흐릿하게 내 눈 앞을 지나갔다.

 

무엇보다도,사적인 감정을 떠나서 위험했다.

절대로 멈추지 않을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내 주변의 공기를 감쌌다.

" 끼이이익 - "

주황색 버스가 정거장에 멈췄는데도 불구하고 , 내 머릿속에선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느냐고

버스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버스 기사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 아저씨 버스 안타요 ? "

그제서야 정신을 든 나는 , 주황색 버스 안에 올라탔다.

 

" 싸움터를 잘뭇 골랐어 , 친구 . "

 

난 버스 창밖의 풍경을 가만가만히 바라보면서 , 혼잣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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