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공중분해」-『13』- 글자제한수로 인한 나머지 | |||||
작성자 | 중위2└Angel♥┐ | 작성일 | 2010-04-30 16:19 | 조회수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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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이 좋든지 안 좋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 그는 우직한 산처럼 ,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 철컥 " 미국행 비행기를 타서 16시간동안 비행기에 잡혀있어서 "비행기" 의 "비" 자만 들어도 멀미하고 토하는 사람처럼 , 나도 앞으로 "외출" 의 "외" 자만 들어도 미친사람처럼 발악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비포장 도로가 20KM나 이어져 있어서 , 골반뼈 하나하나가 다 나간것같은 통증이란... 난 금방이라도 밀면 부셔질것같은 자동차 문을 열고 , 광활한 대지를 밟고 일어나 ,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 선선한 공기는 날 미행한 것일까. 아침에 맡은 바람 냄새가 여기에도 나고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뒷트렁크가 열렸다. 이런 고물 자동차에 합쳐서 100kg정도 하는 수사장비가 올라갔다는게 믿겨지질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재빨리 수사장비를 내리려는데 바지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난 핸드폰에 있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 어디야 ? " 어디인줄 알면서 뻔히 물어보기는 . " 강원도 평창입니다 . " " 벌써 ? 미안한데 급한 일이 생겼어 . 본부로 돌아와 " 풋. 이래뵈도 난 눈치 100단의 대한민국 경찰이었다.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걸 아는데는 3초면 충분했다. 그런데 " 부정부패에 찌든 상사 " 님께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저 말이 거짓말인건 확실했다. 할일없이 인원만 많이 고용해서 담배나 피는 경찰청이 갑자기 바쁠 일이 없었다. " 죄송합니다. 이미 수사진행중입니다 . " 난 왼손으로 전화를 옮겨 받으면서 , 오른손으로 " 접근금지 " 라는 테이프를 쫙 깔았다. " 거절하겠다는거야 ? 사표라도 낼 수 있어 . 진심이야 . 3시간 내로 돌아와 . 자네 차 성능 알아서 그러는거니까 3시간 널널하게 준거야 . " ... 정말로 진심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특히 " 사표라도 낼 수 있어 . " 라는 말에 임펙트가 크게 실려서 살짝 공포감도 느껴졌다. " 싫습니다 . " 어째서지 ? 내 입에선 나로써도 이해가 안되는 말투가 튀어나왔다. 혀가 간사하게 한 단어를 뱉은 그 말이 ,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지는 잘 알 수 있었다. " 죽기 싫으면 당장 돌아와 . " 삐이익 - 내가 예상했던 말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말이었다. " 그렇다고 내가 갈줄 알아 ? 계급장만 높으면 제일 쌘줄 아나보지 ? " 방금 그 말은 , 역효과를 내서 거절하면 안되는 말에 거절하고 싶은 오기를 일으켰다. 난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 트렁크에서 수사장비를 꺼내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수사장비를 다 꺼내고 주변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사건은 치밀했다. 총알이 어디서 발사됫는지도 추적 불가능으로 만들어 놓았고 ,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 옆에서 자던 전셋방 주인도 몰랐다고 할 만큼 총 소리라고 의심될 소음은 조금도 새어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루미놀 반응 검사를 하고 싶었지만 , 루미놀 반응 검사를 할 만한 피가 없었다. 벽면에 튀긴 피긴 피도 아주 극소량밖에 없었고 , 그 극소량의 피마저 벽지에 흡수되어 버린지 오래였다. 살면서 이러한 범죄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총알이 벽면을 스친 자국도 없다. "증거" 가 있어야지 범죄자를 구속할 수 있는데 , "확실한 증거" 없이 심증으로만 감옥에 집어넣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지문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집안을 샅샅히 살펴보고 나오던 중 , 찻소리가 고막에 울렸다. " 누구십니까 ? " 공주티를 내면서 최대한 우아하게 내리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에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잠시만 , 저 옷은 ? 저 옷을 본 적이 꽤 되었다. 2006년도 디자인이라... 아무리 미미한 범죄여도 , 추가범죄를 의식해서 경찰 3,4명정도는 보내는게 보통인데 , 혼자 수사하고 있어서 외로웠던 찰나에 조수 한명이 온 것이 매우 반가웠다. " 강력 5반 최유리 형사 . " 그녀가 카리스마있는 눈초리로 나를 지긋이 지켜보았다. " 꺄아아아아아악 !!!! " ! 나는 바닥에 내팽개져있는 수사장비나 , 저기서 날 바라보고 있는 최유리 형사님이나 , 박물관에 전시될만한 1960년대 벤츠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비명이 시작되는 남동쪽으로 뛰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