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공중분해」-『12』 | |||||
작성자 | 중위2└Angel♥┐ | 작성일 | 2010-04-30 16:12 | 조회수 |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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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빛 햇살이 깃털처럼 살포시 내려오고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부드럽고 선선한 바람이 몸을 어루만져주는 주름살없는 날씨가 1주일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지만, 내 가슴속에선 의심이 꼬리가 꼬리를 물어 의심의 먹구름이 가슴속을 뒤덮고 비를 줄기차게 뿌려댔다. 정신이 없어서 종료키를 누르지 못한 모닝콜이 상태파악하지 못하고 요란하게 울려댔다. "삐익" 종료키가 눌러지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발악하던 핸드폰이 절명 [絶命]했다. 시끄럽게 울리던 핸드폰이 절명하자 , 방 안은 금새 고요해졌다. 오늘따라 , 내 신경을 자극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난 조용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핸드폰을 들고 , 단축번호 2번을 눌렀다. " 어디야 ? 안오고 뭐해 ? 출근시간 10분 지났어. " 짜증나고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후벼팠다. " 죄송합니다. 오늘은 좀 쉬고 싶네요. " " 쉬고싶다고 쉴수 있... " " 휴가. " 휴가라는 말에, 내 입사 동기이면서 동시에 상관이기도 한 정상호가 전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닫았다. 모든 회사원들의 불치병인가. 면접때 옆에 앉았던 동기가 상관이 되어 있으면 질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난 한숨을 쉬면서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 순진한 유리씨 " 가 아닌 , " 잔혹한 유리씨 " 가 되버린것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난 기분 전환이라도 할겸 , 집 앞으로 나가서 우유봉지에 담겨져있는 아침신문을 꺼내들어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 휘리릭 " 신문지가 유난히 소리를 내며 한장한장씩 넘겨져갔다. " 왜이렇게 볼게 없어 ? " 오늘따라 재미없는 사건들만 신문에 실렸다. 내가 신문지를 넘기는 속도는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그렇게 마지막 8면도 넘길 뻔했다. 난 반쯤 넘겼다가 다시 펼치면서 아랫쪽에 보일랑말랑 숨겨져있는 "살인사건" 하나를 찾아냈다. 내가 찾고있던 정보였다. 사실 내 전직은 경찰이었다. 경찰이 도둑한테 당하다니. 그땐 너무 순간적이어서 , 그리고 여느때와 달리 긴장을 풀고 있었고 , 자기 적당히 좋은 날이여서 깜빡 당하고야 말았다. " 12평 전셋집에서 살던 평범한 주부 , 총에 맞아 사망!!! " 기사에는 1면처럼 , 끝에 물음표가 마구마구 Ctrl + C , Ctrl + V 되있었지만 , 8면 끝자락에서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불쌍했다. 난 천천히 기사를 흩어보았다. " 화...화... " 난 너무나도 놀라서 수 초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확실했다. 도시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 여자들이나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이 아닌, 아무런 이유없는 살인과 ,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지 않는 시골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에 , 내가 꿨었던 악몽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으면 , 연관성을 의심해 보아야 했다. 그래서 확실했다. 흔치 않으니까 , 흔치 않으니까 확실했다. 게다가 , 이슈가 될 면도 없었다. 어떤 경찰이 보아도 연쇄살인사건이나 연쇄 납치사건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고, 돈을 노린것도 아니며 , 사회적 도덕성에 위배되는 범죄도 아니었으며, 범행 수법이 너무나도 단순해서 18,19살 철없는 소년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범죄였다. 18,19살 소년 - 18,19살 소년이니까 내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었다. 사회적 도덕성에 위배되지도 않고 돈을 노린것도 아님 - 사회적 도덕성에 위배되지도 않고 돈을 노린것도 아니니까 내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었다. 연쇄살인사건이라고도 , 연쇄 납치사건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음 - 연쇄 살인사건이라고도 , 연쇄 납치사건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으니까 내가 눈여겨 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몇십년 된 소파에서 일어나서 , 좀이 먹은 장롱을 열고 , 깊숙한곳에 숨겨져있는 유니폼을 꺼내들었다. 경찰쪽에서는 "희귀품" 취급을 받으면서도 사실 쓸모없는 취급을 받는 " 2006년도 " 디자인 경찰 유니폼을 몸에 걸쳐입고, 그 위에 트렌치 코트 하나를 걸쳤다. 사실 "2007년도" 에 한번 바뀌고 지금까지 "2007년도" 디자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내 디자인이 그렇게 구식은 아니지만 , "2007년도" 에 비해서 옷의 질감이나 디자인은 형편없었다. 그녀는 여느 시민과 다름없이 , 당당하고 활기찬 걸음으로 도시를 활보했다. 그녀의 마음속엔 먹구름따윈 없었다. 먹구름은 벌써 걷혀진지 오래였다. " 철컥 "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 차 지붕엔 먼지가 꽤 두둑하게 쌓였다. 차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 지붕에 쌓인 먼지를 보고 차 주인을 욕할 만큼, 지붕 위엔 먼지가 심하게 쌓여 있었다. 지붕뿐만이 아니라 앞에 범퍼 , 문 손잡이 , 심지어 표지판에도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녀는 먼지따윈 아랑곳따위하지 않고 문 손잡이를 당당하게 열고 차 안에 자리를 잡고 핸들을 잡았다. " 부우웅 - 부우웅 - 부우웅 - 부우웅 - 부우웅 - 부우웅 - " 엔진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 갑자기 시동이 걸리면서 , 반작용으로 차가 튀어나갔다. 그녀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프로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핸들을 재빠르게 꺽어 지하실 밖을 빠져나갔다. 먼지는 세찬 바람에도 지붕에 자리를 잡고 떨어질 생각을 안했지만 , 그녀는 당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