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공중분해」-『9』 | |||||
작성자 | 중위2└Angel♥┐ | 작성일 | 2010-04-30 16:00 | 조회수 | 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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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리자마자 , 축축하고 어두운 공기에 화들짝 놀라 집이 아니란걸 알고 눈을 뜨려고 했지만 눈이 잘 떠지질 않았다. 느낌상으론 청테이프가 눈에 감겨져 있는것 같다. 물론 그 느낌때문에 정신을 차릴수 있었지만. 평안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평안한 상황이 아니다. 난 극도로 긴장한 채로 살을 오들오들 떨면서 여기가 어디인지 , 누가 여기에 가뒀는지 , 어떻게 된건지 머릿속에서 기억을 차금차금 더듬어보지만 택시 안에서 자 버린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탁" 청테이프로 둘러져 있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 방금 "탁" 소리와 , 눈 앞이 하얀걸 보면 불이 켜진것 같다. 눈을 감아도 불이 꺼져있는지 켜져있는지 알 수 있다. 해를 보면서 눈을 감으면 세상이 온통 하얗고 ,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세상이 온통 어둠에 있다는 것이 좋은 예다. 불이 켜진걸 보면 적어도 시골에 버려지진 않았다. 들짐승에게 먹잇감으로 줄 생각은 아니다. 물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들짐승이나 다름없는 자일수도 있겠지만. " 누구세요 ? " 적막한 방 속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메아리처럼 소리가 튕기고 튕겨 다시 내 귀에 들어왔다. " ... " 반대쪽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대답을 고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버려. "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 그래 ! 가 1803 의 어린 택시기사의 목소리였다 ! 긴 대화도 없이 이렇게 끝나는건가 ? 단 두마디 오갔을 뿐인데... " 놓치 못해 ? 이거 못놔 ? 놓으란말이야 !! " 난 주변 사람들이 듣길 바라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메아리조차도 돌아오지 않았다. 건장한 두 사내가 내 팔을 뒤로 꺽고 묶은 다음 차에 태운 다음 ,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 난 차문 밖으로 내던져졌다. 달리던 차에서 던진게 아니라, 공주님 모시듯이 나를 조심스럽게 두어서 어떤 장소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축축하고 뾰족하고 차갑고 오싹한 이 느낌... 산이다. 분명히 산이다.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외진 지역에 날 고이 모셔두고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그들은 날 그곳에 내려놓고서 , 시동을 걸고 무언가에 쫓기는듯이 황급히 떠났다. 시끄러운 차소리가 내 귀로부터 점점 도망갔다. ...? 다시 차소리가 돌아온다. 자백을 하는 범인처럼 점점점점 내게 가까이 온다. 혹시 차도에 버린건가? 난 불길한 느낌에 탈출하려고 몸을 격하게 흔들었지만 차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밧줄은 내 몸을 점점 강하게 묶었다. "끼이이익 -" 멈췄다. 다행히도 차가 멈췄다. 그리고 차문이 격하게 열리는 소리와, 한 사내가 재빠르게 차에서 내릴때 나는 구둣굽 소리가 났다. 그는 내 눈에 붙은 청테이프를 살살 긁었다가 어느정도 때졌다고 생각하자 과감하게 때 버렸다. 운이 좋게도 그는 경찰이었다. "괜찮아요? 얼마나 있었어요 ? 범인의 얼굴은?" 그는 나에 대해서는 "괜찮아요?" 만 묻고 "얼마나 있었어요? 범인의 얼굴은? "이란 질문을 던지며 바로 현장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살짝 어지럽네요. 저 정말 괜찮아요. 할 말은 이것밖에 없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집까지 데려다 주시겠어요 ?" 그는 친절하게 경찰차로 날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는 내가 얼마나 위급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도 난 그 상황을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지금은 너무 졸렵다. 단 한 시간이라도 자고 싶다. 신발을 아무렇게나 내팽겨치고 침대에 벌렁 자빠졌다. 그런데 막상 침대에 누워보니 잠이 들지 않았다. " 띠리링 - " 알람시계는 상황파악도 못하고 청승맞게 울렸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또다시 회사에 가야 한다니. 다행히 화장이 망가지진 않았다. 옷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난 아직까지도 내 손에 들려 있는 핸드백을 다시 불끈 쥐고,택시가 아닌 지하철을 타고 다른 좌석에 앉아있는 여느 직원들과 다름없이 활기찬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왜 날 살려주었을까 ? 의심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더니 난 의심이 들었고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었다. 난 두려움에 손에 있던 핸드백도 지하철 좌석에 놓고 가고 , 신촌역이 아닌 분당역에 내려버리고야 말았다. 그러다가 다시 표를 끊고 출근을 할때도 하루종일 머리속에서 어젯밤에 대한 일의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정말로 사실은 아니겠지. 그 아이는 죽었잖아 ? 난 내 머릿속의 사실처럼 남아있던 그 생각을 웃음으로 웃어넘겼다. |